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을 읽다가 교통 수단 가격 결정 문제에서 생각 해볼만한 실제 사례가 있어서 가져와보았다.
90년대 초반 독일 대다수 사람들은 철도를 기피하고 자가용을 이용했는데 주된 이유는 가격이었다. 철도 기차 요금이 자가용 연료 비용보다 두배가량 비쌌기 때문이었다. 교통 분야의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통행자들이 철도와 자가용 사이에 수단 선택을 할때 자가용 비용은 당장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인 연료 비용만 고려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실제로 자가용을 이용할때는 보험료, 감가상각 등 고정비용이 들지만 일 단위 수단 선택을 할 때에는 그것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의 철도 회사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서 기차 요금도 변동비와 고정비로 구분할 방법을 찾아낸다. 철도 카드 50을 만든 것이다. 연간 280달러 정도의 돈을 지불하면 철도를 탈 때마다 50%의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름에 50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소비자들은 철도 카드 구입비용을 먼저 지불했기 때문에 철도를 한번 이용할때마다 정가대비 평균 30% 정도의 할인을 받는 셈이지만 실제로는 50% 의 할인을 받는다고 지각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카드에 투자한만큼 본전을 찾아야한다는 강력한 보상심리를 느끼게 된다. 조금 더 발전된 모델로는 조금 더 비싼 돈을 지불하고 무제한으로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철도카드 100도 있다.
하지만 수익성의 핵심은 기존에 자가용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철도 이용객으로 전환되었는지가 결정적인 요소이다. 기존에 철도를 많이 이용하던 사람이 철도카드를 구입해서 가격적인 이득을 본다면 철도 회사 입장에서 이는 손실이다. 하지만 기존에 자가용을 이용하던 사람이 철도를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그 손실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책에서는 기존에 차를 이용하던 사람이 자가용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도카드 100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있었음을 소개한다. 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것을 보아 실제로 자가용 이용자들이 철도 이용객으로 많이 전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향후 변동비를 비교했을때 철도보다 자가용이 저렴하니까 초기 고정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자가용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기존 사용자들이, 철도카드 100 등장 후에야 비로소 초기 고정비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게 됐고 자가용보다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저렴함을 인지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소비자들에게 철도카드 100이 가져다줄 수 있는 할인 효과가 실제로 커서 철도카드로 인해 새로이 제시된 철도 가격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일 수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Mobility-as-a-Service (MaaS) 월정액 플랜의 가격 결정 문제에서 독일의 철도 카드 사례의 함의가 적용될 수 있다. MaaS의 월정액 요금제라하면 Plan A는 월 30 만원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카쉐어링 50%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Plan B는 월 15 만원에 대중교통 50% 할인, 카쉐어링 30%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식의 요금제를 뜻한다. 이렇게 초기 투자 비용과 한 회당 통행비용이 구분되는 상황에서 각 단계의 사람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지, 한달간 통행에 대한 예측이 월정액 플랜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월정액 플랜 구입이 향후 회당 수단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한 전달의 본인의 통행 내역이 다음달 플랜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