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제가 도로 학회지에 제출했던 컨퍼런스 참관기입니다.~~
매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Transportation Research Board (TRB) Annual Meeting은 제출 논문의 절반 이상이 발표 불가가 된다고 알려진 국제학술대회이다. 따라서 TRB Annual Meeting에서의 발표는 아직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로서 쉽지 않았던 도전인 동시에 졸업 전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국내에서는 이미 ITS와 대한교통학회에 참석하여 발표한 경험이 있지만, 해외 학회 참석은 처음이었고 이번 경험 은 나에게 진정한 학술대회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
TRB Annual Meeting은 교통 분야 최대 규모 학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교통인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 학회 장안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전 세계에 교통을 연구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학회 첫날 저녁에는 국내외의 한국 교통인들 간의 만남의 장인 KOTAA (Korean Transporta- tion Association in America) 연차 회의가 진행되었다. 참석한 학생들의 제출 논문 발표를 듣고 한해 결산 및 이듬해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또한 같은 시간대에 유수 해외대학들도 일종의 재학생 및 졸업생 모임인 리셉션을 각기 개최했다. 이번해 내가 박사로 지원한 미시간 대학과 UC 버클리의 리셉션에 초대받아 교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연구와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해외 박사 프로그램 지원자로서는 쉽게 얻기 힘든, 이번 학회 참석이 가져다준 귀중한 만남의 기회임이 틀림없었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학회장의 열기는 4일 내내 계속되었다. 약간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2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세션이 진행되었다. 세션은 크게 포스터 세션과 강의 세션으로 두 가지로 나뉜다. 포스터 세션에서는 저자가 정해진 시간 동안 포스터 앞에서 구경 오는 사람들에게 간략히 설명을 해주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의 세션은 다시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저자가 본인 연구를 발표자료와 함께 발표하기도 하고, 각 분야 저명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그들의 강연을 듣거나 토론하는 것을 참관할 수 있는 세션도 있었다. 듣고 싶은 세션들의 시간대가 겹치는 경우도 많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다. 실제로 학회 장안은 포스터 세션에서 강의 세션으로, 또다시 강의 세션에서 포스터 세션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이러한 열기는 굉장히 인상 적이었다.
포스터 세션은 해외 연구자들과 1대 1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단시간에 많은 연구를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금한 점을 바로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나는 주로 나의 관심 분야 포스터를 둘러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평소 리뷰를 많이 한 분야의 논문 저자들을 찾아가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논문을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은 직접 설명을 들으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논문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솔직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연구 팁들도 얻을 수 있었다. 최근에 관심이 생긴 분야는 최대한 많은 연구를 둘러보며 연구 이슈와 방법론을 살펴보았는데 논문을 직접 읽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최신 연구 동향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뜻이 맞는 연구자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앞으로도 연구 진행 상황을 공유하자고 약속했고 실제로 다녀온 이후에 몇 번 메일이 오갔다.
나의 발표도 포스터로 진행되어 이번에는 각각 1 저자, 2 저자로서 참여한 총 2개의 연구를 발표했다. 두 논문 모두 Mobility-as-a-service(MaaS)를 다룬 연구로 현시 선호 조사를 이용해 각각 통근, 관광 상황의 MaaS 통행 행태를 연구한 것이었다. 나와 같은 시간 대에 발표하는 주변 포스터들을 둘러보니 비슷한 연구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어 유사한 연구 소재나 방법론을 다루고 있는 사람들과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미리 관심 분야를 찾아봤듯이 미리 내 연구를 찾아보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 찾아온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는데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배워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 논문 보완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또한, 결과 해석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받거나 연구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는 최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달했는 데 미처 생각지 못한 디펜스 논리를 제시해주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의 세션은 세계 도처에 퍼져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나의 가장 최근 연구 분야인 MaaS를 다루는 세션을 찾아다녔다. 참가했던 세션 중 비즈니스, 학계, 정부 전문가를 모아 두고 MaaS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세션이 기억에 남는다. 초빙된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내가 검토했던 논문의 저자들이었는데 이름만 알던 연구자들을 대면한 것은 그 자체로 반갑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논문 리뷰를 하다 보면 구체적인 지식은 오히려 얻기 쉽지만 다른 연구자들의 굵직한 관점이나 철학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은데 세션 참관을 통해 많은 함의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새로운 연구 주제였고 이는 향후 연구를 위한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번 TRB 참석을 통해 진정한 학술 교류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본 학술대회를 통해 관심 연구주제의 가장 최신 연구동향을 쉽고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 같은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만나 생각의 폭을 넓히고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막연히 멀게만 느껴지던 해외 연구자들과 대면하고 교류함으로써 전 세계 교통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우수한 연구들을 보면서 교통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의 더 적극적인 국내외 학술교류를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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