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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국내 석사 시작하기

국내 석사 시작하기 (좋은 연구실을 고르기위한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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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앞서 제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올해 (2020년) 2월부로 석사과정을 마치게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생입니다. 많은 대학원생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석사를 하면서 힘들고 회의감을 느낀 순간들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운좋게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나서 큰 어려움 없이 졸업을 하게 되었는데 주변에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다양한 이유들로 힘들어하는것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그럴때마다 저와 제 주변 친구들이 석사를 하기 전에 랩의 실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미리 듣고 어떤 점이 힘들수 있는지 확실히 인지 한 후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석사를 하기로는 결정했지만 어떤 연구실로 진학해야하는지 혹은 이 연구실을 가는게 올바른 결정일지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공대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공계 연구실 선택에 특히 적용되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네요..

전공 적합성은 당연히 고려해야하는 사항이라 그 밖에 정말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원 지망생들이 잘 몰라서 고려하지 못하는 점들 위주로 서술해볼까 합니다. 저는 크게 세가지, 1. 지도교수님의 성향 및 상황 2. 연구실 업무강도 3. 기타 지표 로 나누어 설명해보겠습니다.

1. 지도 교수님의 성향 및 상황

제가 '인품'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지도 교수를 고를때 그저 '사람이 좋아서' 고른다면 그다지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관심있는 교수님께서 좋은 성품을 지니셨다는 가정하에 검증해야할 다른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나의 논문을 지도해줄 만한 실력이 있는가?

'에이 그래도 교순데 나 지도해줄 정도 실력이 없겠어?' 굉장히 안일한 생각이에요. 극소수이긴 하겠지만 최신 연구 분야 follow-up을 하지 않고 본인 박사 시절 연구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실력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논문 지도를 할만한 열정과 여력이 있는가?

모든 교수들은 바쁩니다. 실력이 있어도 강연이나 사업 등 연구 외 다른 일에 관심이 있는 케이스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어요. 아니면 학생들에게 열정과 관심이 있는데 당장 너무 바빠서 돌봐줄 여력이 없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정량적인 지표인 논문 실적을 말할 수 있는데요 구글 스칼라에 교수 영문 이름을 검색해보면 해마다 몇편이나 개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특히 SCI급 논문 개제 편수가 중요해요. 분야마다 몇편정도가 우수한 정도인지가 달라서 어느정도가 좋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고려하고계시는 여러 연구실의 '학생 수 대비 논문 실적'을 비교해보시면 감을 잡으실 수 있을겁니다.
또한 김박사넷이라는 사이트에서 관심있는 교수의 이름을 검색해서 평점을 확인해 볼 수도 있어요. 해당 사이트에서는 연구실 분위기, 인품, 강의 전달력, 실질 인건비, 논문 지도력의 다섯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익명의 평가자들에 의해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대학원생 모임에서 한번 공통적으로 아는 여러 교수님들을 검색해봤었는데 굉장히 정확한 것 같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있어요.
김박사넷 사이트: https://phdkim.net/info/rate_prof/

위 정보들은 누구나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솔직히 이 정보들 만으로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내리기는 어렵겠죠. 따라서 해당 랩의 대학원생들에게 컨택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자대로 진학한다면 교수님의 평판을 파악하기도 더 쉽고, 해당 랩의 대학원생들과 대화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충분하기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으실거에요. 다만 타대로 진학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정보를 얻기가 조금은 더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지인을 통해 아름아름 찾아볼 수도 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충분한 예의를 지켜서) 해당 랩의 대학원생들에게 메일을 보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알려드리고 싶은 팁은 그저 '연구실 좋나요?' 라고 물어봐서는 10명의 9명은 본인이 만족하는지와 관계 없이 '네 좋아요' 정도의 답변밖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두가지 사항을검증하려면 이런식으로 물어봐야합니다.

"교수님께서 주로 연구의 어떤 단계에서 조언을 주시는 편인가요?"

이러한 질문을 통해 논문 아이디어만 던져주는 교수인지, 분석 과정 설계부터 결과 해석까지 꼼꼼하게 봐주시는 교수님인지 파악을 하실 수 있어요.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개인 연구 면담을 해주시나요? 얼마나 자주 가지시나요? 아니면 주로 논문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는 다른 분이 있으신가요?"

개인 연구에 큰 신경을 써주시지 않는 교수님들도 있어요. 정말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주로 정년이 보장된, 아무래도 연세가 있는 교수님들의 경우 연구 실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학생들 논문 지도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논문 실적이 중요한 교수님들의 경우에도 너무 바쁘실 경우 포닥(박사 후 과정)을 여러명 두고 그분들에게 논문지도를 일임하시는 경우들도 종종 있어요. (이 경우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없고 실력있는 포닥이 연구실에 있다면 오히려 일반적인 지도교수에게 받을 수 있는 것 보다 더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성향과 처한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논문 지도에 관한한 학생 개인의 연구 지도를 얼마나 자주 해주시는지는 교수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측정할 수 있는 굉장히 정확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1~2주일에 1번(1~2시간 정도) 면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굉장한 애정이있고 시간 투자를 많이 해주시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연구실 업무 강도

(1) 프로젝트에 쏟아야하는 시간

연구실 프로젝트가 본인의 개인 연구와도 연결된다고하긴 하지만 논문 작업을 위한 추가적인 분석과 글쓰기 작업의 업무 강도를 무시할 수 없어요. 연구실에서 요구하는 업무 강도를 파악하신 후, 본인에게 개인 연구 실적이 얼마나 필요한지와 해당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하루에 몇시간이나 투자해야할지,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휴식이 하루에 몇시간이나 필요한지를 따져보시고 2년간의 연구실 생활을 해낼 수 있는지를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예를들어 개인적으로는, 평일 오전9시-오후 5시에 필요한 수업을 듣고 연구실에서 해내야하는 일들을 모두 끝낼 수 있는 정도의 업무 강도를 지녀서 나머지 평일 저녁시간과 주말 시간은 자유롭게 개인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연구실이면 좋겠다는 기준이 있었어요.

(2) 프로젝트의 성격. (feat. R&D/용역)

R&D 과제는 기본적으로 (1)실력있는 교수나 포닥 등 연구책임자가 리딩을 해주어야하고 (2)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어느 연구실이나 R&D 과제를 따오고 해내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연구실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R&D과제를 따기 어려운 상황의 경우 기본적으로 연구실을 유지하기위해 용역 과제를 하는 연구실이 많아요. 이런 현상들이 전혀 이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대학원생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개인 연구 실적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R&D과제가 주를 이루는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행정처리, 기타 잡무의 업무 강도

주변 대학원생들이 회의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상황이 과도한 행정처리와 잡무에 시달리는 경우입니다. 특정 연구실의 경우 석사 과정 학생들이 모든 행정처리를 해야한다거나, 실험을 하는 랩의 경우 석사과정 학생들이 선배들 연구에 쓰일 (단순 반복 작업에 해당하는 매우 귀찮은) 실험을 돕기를 강요받는다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할 경우 회의감을 크게 느끼고 진지하게 자퇴를 생각하는 주변 친구들을 많이 보았어요 미리 알아보셔야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위의 정보들도 앞서 말씀드린 방식으로 해당 랩 대학원생들에게 물어보면 자세한 내부 사정을 알 수 있을 거에요. 다만, 자칫 민감하거나 무례한 질문이 될 수 있으니 잘 순화시켜 센스있게 잘 물어보시는게 중요하겠죠?! (제가 이 글에서 언급한 모든 요소가 사실은 민감한 질문이 될 수 있으니 각자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잘 질문하실거라 믿겠습니다..)

3. 기타 지표

제가 중요시하는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주변의 평판이 좋지 않은 연구실과 평판이 매우 좋은 연구실을 비교, 관찰해서 얻은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꽤 많은 경우에 잘 들어맞았어요.

(1) 자대생 비율

학교 순위와 무관하게 자대생 비율은 중요한 지표입니다. 해당 랩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원생들에게 평이 좋지않으면 그 소문이 학부생들에게도 돌아서 자연스럽게 많이 진학하지 않게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경우 자연히 상황을 잘 모르는 타대생들만 진학하게 될 것입니다. 무조건 그렇지는 않겠지만 지나치게 자대생 진학률이 낮은 연구실이라면, 한번쯤 의심해보아야합니다.

(2) 박사과정 학생의 비율

이것은 보다 간접적인 지표이긴 하지만 박사과정 학생들이 많은 연구실은 좋은 연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프로젝트가 경험이 더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박사과정 학생이 많으면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확률이 높아요. 석사과정 학생의 입장에서 연구실 선배들이 많으면 그만큼 배울 기회도 많겠죠. 반면, 분위기가 좋지않은 연구실의 경우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중도 포기하고 석사만 마치고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그렇게해서 박사과정 학생들이 많이 빠지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물론 정말 뛰어난 교수님의 경우 석사과정 학생들을 잘 키워 해외 좋은 대학에 유학을 많이 보내주셔서 박사과정 학생은 생각보다 적은 케이스도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간접 지표들은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시고,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더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3) 인건비

별도 수입이 없는 대학원생 입장에서 인건비의 규모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학생이 인건비는 교수가 학생을 어느정도로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인건비도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지만 (학비를 연구실 차원에서 면제해주는 경우, 식비는 따로 지원해주는 경우 등) 80-120만원 선은 되어야 다닐만 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정도가 제가 생각한 대학원 진학시 꼭 고려해야할 사항들입니다. 물론 모두에게 적용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특히 국내 석사 이후 박사 유학을 생각하고계신 경우 조금 다른 점들을 주목해서 고려해야할 수 있어요. 향후 기회가 된다면 국내 석사 이후 박사 유학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들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모두 건승하시고 자신에게 잘 맞는 연구실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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